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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인권 교육

[2016 언론인권8강 수강후기] 제8강 우리가 언론보도 피해자를 돕는 이유

 ㅣ 수강후기ㅣ  




'다른 나'를 꿈꾸다.






이은미 ㅣ 현대자동차 서비스예약센터




언론인권 8강을 수강하던 매주 화요일은 설레고 즐거웠다. 이런 인문학강의가 처음이기도 했고 신산한 일상에 갇혀 있던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언론을 수용하는 소극적 소비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소통하고 한편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적극적 참여자로 환골탈태했달까.


8강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회복 가능한가? 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내내 적대감에 휩싸여 있었다. 사례에 나온 나주사건의 선정적인 보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었고 공무원 간첩사건 당사자의 눈물에 분노했었던 기억 때문이다. 새롭게 접한 블루투데이 사건을 들으며 문체부로부터 우수도서로 지정되었던 책의 저자가 종북콘서트로 낙인 찍혀 테러까지 당했던 사건도 떠올랐다. 그리고 보도로 인한 피해의 법적 구제는 한없이 경미하고 허탈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강사였던 이진아 변호사님의 건조하고 담담한 목소리에 서운했는지도 모르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런 심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명백한 피해가 인정되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반론권이나 제재를 가할 제도가 없느냐고. 하지만 피해자들은 반론보도로 인해 다시 회자되는 것조차 상처로 느껴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민사배상 외에 실질적인 처벌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은 역설적이게도 이 강의의 제목이 사실 ‘회복 가능하지 않다’라는 의미였던가 싶었다.


그러나 나주사건 소송을 통해 언론사는 성범죄 보도 기준을 새로 정립하고 언론인권 감수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경미하고 허탈한 결론이 아니었다. 3강 정혜승 카카오 정책실장님이 고민한 언론유통에 대한 책임도, 4강 박은하 주간경향 기자님의 보도윤리에 대한 고민도 이러한 피해구제 노력과 소송이 기여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로 분화되기 시작된 언론생태에서 그에 따른 피해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불빛이 되어줄 것이다. 사실, 부끄럽지만 법을 다루는 이진아 변호사님의 건조하고 담담한 목소리는 도리어 내 적대감과 원시적인 정의감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냉철한 태도였다고 고백한다.


8강의 대장정이 끝나고 나눈 수강자들의 소감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언론종사자를 꿈꾸는 청년들과 아동단체 활동을 하며 언론에 대해 공부하러 오신 분들, 장애에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시는 분들, 그리고 실제 언론에 종사하는 분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 시대의 언론을 짚어보고 새로운 언론환경을 가늠해보며 각자의 삶에서 언론으로서 또 하나의 목소리를 꿈꾸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 때의 소감을 다시 글로 반복하며 이 후기를 마친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먹고 사는데 급급하며 살아오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상, 실패했다. 우연히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에 연대하며 시위에 참여하였고 이후 5년간 여러 연대활동을 하며 어느새 빨갱이가 되어 있었다. 나를 빨갱이로 만드는 언론과 투사로 만드는 언론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던 차에 이 강의를 만났다. 처음 경험해보는 인문학강의였는데 설레고 즐거웠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생각해본 계기였다.

덧붙여, 한때 글쟁이를 꿈꿨던 문학소녀였었다. 이 강의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한 목소리로 다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진심으로 애틋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