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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인권 교육

[2015 언론인권8강 수강후기] 제6강 우리가 언론보도 피해자를 돕는 이유


   ㅣ 수강후기 ㅣ



기자라는 직업의 책임감 




박재연 ㅣ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작년 한 기업의 인적성 시험을 보고 나오는데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규모의 시험이라 각 언론사 별로 취재를 나온 것이었죠. 가뜩이나 시험이 어려워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촬영기자분들은 아랑곳 않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셨습니다. 혹시나 ‘똥 씹은 내 얼굴이 전국의 신문 지면이나 방송에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미소를 지으며 시험장을 나왔지만 영 불쾌했습니다. 만에 하나 내가 나온 사진이 신문에 실린다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취업준비생’이라는 것을 전국에 알리는 꼴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제 걱정이 실제로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저는 순간의 불쾌감 이외에는 피해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종호 변호사님의 강의를 통해 알게 된 ‘고종석 사건’의 피해자는 저와 다릅니다. 그 가족이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극심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도 강의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사실입니다. 제 기억 속에는 이미 잊혀 진 사건이었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은 주위의 눈총과 낙인에 힘들어했으며 최근까지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집의 위치가 상세히 나온 지도’, ‘PC방에 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몹쓸 인간이 된 피해자의 엄마’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소비했던 기사와 뉴스가 누군가에겐 이렇게 큰 고통이 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법은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보호하진 않습니다. 피해자가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다가가지 않으면 구제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을 잘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얻기가 요원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소송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진행 중에 받는 고통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대 언론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일반 시민으로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법원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이 소송에서 대체로 피해자의 피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법의 판결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피해자의 낙인까지는 씻어주지 못한다는 것에 주목해야합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들으며 언론의 보도행태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뭇 진지하게 ‘기자가 보도를 함에 있어 당사자 확인은 필수’라던 변호사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것이 분명 언론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숙고하지 않은 보도는 언론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일반시민까지도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되새겨야 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의 어깨가 참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들었던 강의 중에 단연 언론인권센터의 역할이 빛나는 강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