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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인권 교육

‘바른’ 언론인을 꿈꾸게 해준 언론인권교육

                ‘바른’ 언론인을 꿈꾸게 해준 언론인권교육

김정남(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지난 5월 21일 관훈클럽에서 열린 언론인권교육 제3강.
  강연자로 나선 한학수 MBC PD는 대뜸 “방금까지 편집을
  해서 정신이 없다”며 농을 건넸다.
  이후 풀어내려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위한
  가벼운 인사치레였을까.
  그는 곧바로
  “PD는 대중을 향한 권력을 가진 직업인 것 같다”
  는 견해를 조심스레 드러냈다.
  이후 2시간 남짓 그는 ‘현장PD로서의 삶’을 절절히 풀어냈다.

먼저 편집윤리 문제.
한 PD는 “유혹적”이라고 표현했다.
편집을 통해 얼마든지 본질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에 대해 내놓은 해답은 이렇다.
“원본을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하게 편집하려 한다.”
그는 이 문제를 어려워하는 듯 보였다.

다음으로 취재윤리 문제.
그는 몰래카메라 사용을 언급하며 ‘공익’을 입에 올렸다.
공익부합 여부가 취재윤리를 고민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취재윤리는 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있다”는 말로
‘공익을 쫓는’ 현장PD로서의 고뇌를 토로했다.
그는 이 문제 역시 어려워했다.
한 PD는 주어진 ‘권력’을 공익을 위해 행사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인권에 대한 고뇌가 깊다고 한 것도 그래서였을 게다.
공익의 추구는 때때로 인권이라는 벽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기관총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는 그의 고뇌를 대변해줬다.

한 PD의 강연 후, 둔기로 맞은 듯 가슴은 요동쳤다.
예비언론인의 ‘꿈’과 현장언론인의 ‘고뇌’가 맞닿은 까닭이었다.
황우석 사태를 거론하며 “진실과 국익 사이에서 결국 진실을 택했고,
숱한 협박에 시달렸다”는 일화나
“인권문제의 첫 번째 잣대는 공익”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한 PD에게서 공익을 향한 ‘전투력’이 느껴졌다.

솔직히 인정한다.
그동안 ‘바른’ 언론인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었다.
기존 언론의 가치나 논조를 논하는 것과 공채를 앞둔 대학생으로서의 절박함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일단 어디든 되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런데, 한 PD의 강연을 들으며 자연스레 ‘바른’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게 됐다.
그리고 언론인과 ‘바른’ 언론인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요컨대, ‘바른’이라는 형용사의 함의 중에서도 공익추구는 으뜸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강연을 통해 언론인으로서의 삶까지 설계해볼 수 있게 됐다.
공익을 향한 진실 앞에 맞설 자신이 없다면, 그 순간 펜대를 놓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됐다.
언론인의 꿈은 더욱 간절해졌다.

덧붙일게 있다.
언론인권교육 자랑 좀 해야겠다.
강연은 한마디로, 알차다.
강연자들은 급변하는 언론환경은 물론,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언론인권의 법률적인 문제도 조목조목 짚어냈다.
대부분은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니, 깊이 있는 얘기를 풀어내겠다”고 했다.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이나 언론문제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은 솔깃하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이 강연을 통해 언론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