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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김정대 회원 "광화문광장, 분노와 환희를 담아라"


광화문광장, 분노와 환희를 담아라


김정대 |회원· 환타임스 부국장



일개 드라마 위한 광장인가

서울시가 한국방송(KBS) 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하도록 광화문광장과 세종로사거리로 가는 도로를 12시간 동안 통제한 일은 단단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 광화문 한복판을 막아 교통 대 혼잡을 일으킨 일부터 문제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블러그에서 ‘아이리스에 나온 서울의 명소, 어디?’라는 글을 올려 아이리스의 광화문광장 촬영을 알리고 드라마를 통한 도시마케팅의 장점을 설명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는 광화문광장과 걷기 좋은 다리로 조성한 ‘광진교’, 그리고 ‘북서울 꿈의 숲’, ‘노을 공원’, ‘달빛 무지개 분수’ 등도 아이리스의 명소로 나온다고 자랑했다. 모두 오 시장이 재임하면서 새로 만들거나 다시 지은 곳이다. 아이리스의 인기가 올라가는 만큼 오 시장의 입 꼬리도 올라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지지율도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서울시는 올 1월에 이례적으로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촬영장소를 일일이 지정해왔다고 한다. 광화문광장은 조성사업비 173억 원과 세종대왕 동상 건립비 27억 원이 들었다. 200여억 원이 들어간 광화문광장. 그리고 그 홍보를 위해 서울시는 드라마 아이리스에 또 제작비를 지원한 것이다. 광장은 서울시장의 치적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3일짜리 도약대 혈세 펑펑

도대체 그 많은 시민의 혈세가 들어간 광화문광장의 주인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 왕복 16차선의 도로를 줄여서 거대한 중앙분리대가 되어버린 광화문광장, 서울시는 전용 행사장처럼 활용하고 있다.

아리리스의 촬영 다음날인 11월 30일, 광장을 찾아가보니 광화문광장 한구석에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12월 11일부터 3일간 스노보드 월드컵대회가 열려 높이 34m, 길이 100m의 스노보드 점프대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서울시는 “점프대는 행사가 끝난 후 철거하여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고 말한다.

서울시에 질문했다.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설치한 점프대라면 상설 배치하여 시민이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는가. 점프대와 램프를 설치하고 인공눈을 채우는데 7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단 3일간 행사를 치른 후 철거하다니 지나친 낭비다. 스노보드 동호회원들은 마땅한 연습공간이 부족하다고 늘 아쉬워하고 있다.

서울시 홍보기획관실 관계자는 “상설 점프대를 설치하려면 더 튼튼히 만들고 꾸준히 유지관리를 해야 하니 많은 예산이 든다.”면서 “다른 나라도 세계대회 때 점프대를 설치했다가 철거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스키협회와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통과 통합의 공간이

결국 광화문광장은 이벤트 개최장소로 활용되기만 하는 것인가?

광장은 공동체 사람들이 모여서 환희와 기쁨, 슬픔과 분노를 함께 표현하고 나누는 장소이다. 광장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횡단보도를 건너가서 주최 측이 제공하는 전시물을 둘러보도록 보행로 위주로 길을 낸 곳을 시민참여와 소통의 공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광화문광장은 지난 8월 1일에 개장한 이후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회와 토론의 공간으로 활용된 일이 없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 8월 4일에 한승수 국무총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없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서 그는 “광화문광장은 평화의 광장, 국민의 광장, 희망의 광장이 돼야겠다.”면서 “활발한 소통으로 국민적인 화합을 이뤄내는 통합의 장소가 돼야한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어디서 활발한 소통과 국민적 화합이 이뤄지고 있는가? 총리와 시장에게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