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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장대군 "극장의 ‘퐁당퐁당’ 이기주의"

극장의 ‘퐁당퐁당’ 이기주의


장대군 |EBS 콘텐츠전략팀




‘2012’에 밀려

저는 영화는 정말로 종합멀티 문화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 음악, 의상, 극이 펼쳐지는 배경과 색채 등 다양한 문화적 볼거리가 영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많이 투입된 영화일수록 문화적 볼거리가 많다는 통념이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워낭소리'는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였지만 우리에게 큰 감동과 호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최근 극장의 교차상영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조재현 주연의 '집행자'가 11월 5일 개봉했지만 개봉 2주차에 헐리웃 블록버스터 ‘2012’에 밀려서 교차상영을 하게 되고 12월 초 막을 내렸습니다. 개봉 2주 만에 32만 명을 끌어들인 영화였지만 교차상영 되는 바람에 1개월도 안 돼 종영이 된 것입니다.


비정한 끼워넣기

교차상영은 극장에서 하나의 스크린에 두 개 이상의 영화를 배치한 후 교대로 상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퐁당퐁당’ 상영이라고도 합니다. 편리한 상영이란 말이 연상되는 별칭이지요. 멀티플렉스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이 많은 영화와 관객이 적은 영화를 교차상영하면 다른 극장을 찾을지 모르는 관객까지 붙잡을 수 있어 좋겠지요. 그러나 관객이 적은 영화는 더 소외되기 쉽습니다. 교차상영 시간표는 적은 관객의 영화일수록 관객들의 발길이 뜸할 이른 아침, 늦은 밤에 배치됩니다.

관객이 많은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데 갈수록 좋은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 큰 영화와 작은 영화의 구분이 자본의 크기와 예상관객 수에 따라 평가되는 분위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영화는 관객들에게 많이 보이길 희망합니다. 배우, 감독, 스텝, 제작사는 극장에서 자신들의 작업이 영화로 보이는 것을 관객과의 교감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가 최우선인 극장은 좀 더 많은 관객을 불러와서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볼 만하다.”는 입소문이 한창 나돌던 '집행자'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가 불러올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희생된 영화입니다.


‘문화의 자본’ 되라

‘극장의 횡포’ ‘극장의 이기주의’ 속에 저예산영화들은 태생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관객입장에서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작고 좋은 영화를 만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교차상영에 대한 불합리함이 수년째 지적되나, 현실은 냉담합니다. 사실, 비상업영화· 저예산영화· 작가주의영화가 상업영화권의 작동시스템과 상영방법을 어찌하기 어렵습니다. 관련부서인 문화관광부도 그저 냉담할 뿐입니다.

하루빨리 제도를 마련하고 개선해야겠지요. 자본이 '문화적'이 되기를 바라면서, 비상업영화· 저예산예술영화· 작가주의영화에는 별도의 '살 길'을 마련해줘야 할 것입니다. 이들 영화들이 멀티플렉스 극장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영이 보장되는 시스템, 이를테면 비상업영화전문상영관· 독립영화관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영화를 보고 감동했다면 후기를 통해 의견을 펼치고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영화의 발전과 권리를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수십, 수백억 원이 투입된 거대영화들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저예산영화를 응원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는 데 조금 더 우리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