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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시민 설득 없는 수신료 인상, 꿈도 꾸지 마라



시민 설득 없는 수신료 인상, 꿈도 꾸지 마라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수신료 인상’이 12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시나리오가 KBS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 방송으로서의 품위와 유익한 방송환경을 위해 KBS2의 광고를 줄여 상업 방송과 경쟁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며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수신료란 준조세와 같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 논의와 복지공약의 축소 등으로 미루어볼 때 대단한 명분이 있지 않고서는 ‘준조세’의 인상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방통위와 KBS는 그 어느 때보다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일 분위기다. KBS는 그들이 내세운 수신료 인상 이유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민의 의견은 안중에 없고 KBS 이사회와 방통위 의결을 거친 뒤 국회만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일까?


▲ 사진=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수신료 현실화의 허구


   KBS는 2,500원의 수신료가 지난 33년간 동결되었기 때문에 이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인상 등을 보면 수신료 인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다른 나라의 수신료와 비교해 봐도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신문구독료도 지난 33년 동안 6배나 올랐다고 말하며 수신료 인상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KBS와 방통위의 얘기만 들으면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지난 33년 전 수신료를 내던 방송환경과 지금을 생각해 보면 시민들은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는지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80년도 시민들에게 2,500원의 수신료는 대단히 큰 금액이었다. 자장면 가격이 400원이고 버스요금이 70원이 시절이었다. 그 당시 한 달 생활비에서 수신료의 비중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 후 1992년 KBS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합산되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준조세’ 방식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KBS의 ‘수입’은 급증했다. 수신료 인상 대신에 납부율 향상을 위해 전기요금 합산이라는 ‘묘수’를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렇게 수입을 늘렸으면 당연히 시민들은 누구나 어디서나 공영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1995년 케이블 방송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은 공영 방송을 보기 위해 케이블 방송에 가입해야 했다. 시민들은 공중파 방송을 보기 위해 케이블 요금까지 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케이블 방송을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또 무슨 수신료를 누구에게 내야 하는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수신료’는 꼬박꼬박 전기요금과 합산되어 청구되고 있다.
작년까지 KBS는 디지털 방송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신료는 인상되지 않았고, 재작년에 KBS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거두고, 또한 성공적으로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KBS는 광고를 줄여야겠다며 수신료를 올리겠다고 한다.



공적 재원인 수신료의 의미 


   시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수신료가 올라야 하는 이유가 아니다. 시민은 지금 수신료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 내가 낸 수신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고 하면 KBS는 광고가 없는 KBS1과 광고가 있는 KBS2의 분리회계가 어렵다며 수신료의 쓰임새에 대해 명료한 설명을 회피하고 있다. 내가 낸 수신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인지 알 수가 없다.
   수신료는 공적 재원이다. ‘의무-권한’의 관계로 보면 시민들이 수신료 부담의 의무를 진다면그 반대 급부로 수신자로서의 권리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 시민들에게 수신료를 받는다면 공영방송은 정부나 시장, 광고주 등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의 KBS가 과연 시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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