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미지별의 친구들

[김예린 단상] 천안함 보도의 함정


    [김예린 단상] 


  울면서 보았다
   천안함 보도의 함정



안함이 침몰한 이후에 관련 기사를 매일 보았다. 정말 고통스러운 소식이므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러나 기사를 볼수록 혼란과 고통이 따라왔다. 우선 기사를 그대로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머리를 써서 기사를 쓴 의중을 알아내려고 애썼다.

또 기사를 읽으며 매일 눈물을 흘렸다. 밤에는 방송이 실종자 가족을 보도하는 것을 보고 울면서 잤다. 아침에 사무처에 출근해서는 인터넷 신문을 보면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 끝에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4월 13일)에 다녀왔다. 주최는 문화연대, 민언련, 언론연대, 언론노조, 참여연대였다.

(토론회 내용은 <미디어스> 기사 참조.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77)


혼란한 보도 

그렇게 힘든 2주를 보내고 토론회에 참석해서 내가 왜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언론 보도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사건은 국가안보라는 문제와 직결 되어 있어 예외적으로 정보 통제가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언론이 보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정부와 군의 정보통제가 심해서 언론은 추측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정부와 군을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무슨 함정에 빠졌던 것일까?


가정이 가정을 낳더니

기사 대부분이 "전직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하고 시작했다.
기사가 인용한 익명의 취재원은 이렇다.
'정부관계자, 정보와 군 당국자들, 다른 군 관계자, 군 소식통, 군 고위 관계자, 퇴역 군인 등'
이렇게 모호한 인용이 과연 믿을 만할까.

가정이 가정을 낳았다.
"만약…라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아무개 기자가 짚어봅니다." 언론이 사실에 따라 치밀한 분석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근거도 희박한데 기자가 여기저기 더듬어서 짚어보는 것은 신뢰하기 힘들다.
어떤 방송은 1분 20초 동안 가정을 쏟아놓고 끝에는"그러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하고 한 마디로 마무리한다.
가능성을 전제로 추측보도를 한 끝에 마지막에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면 매체 수용자들은 앞에 강조한 가능성만 기억하니 문제다.

물량공세도 심했다.
방송 3사 저녁 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천안함 보도가 하루 평균 50개였다. 연일 계속되는 천안함 보도 과잉으로 여타 의제가 묻혔다.


재난·참사 보도의 한계선

재난보도나 참사보도를 할 때 언론이 지켜야 할 것은 정확한 보도, 재발방지책 제시, 희생자 위로, 참혹한 내용 자제 등이다.
기자협회가 2003년도에 발표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은 언론은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 말고는 자극적으로 접근하거나 인터뷰하고 얼굴을 확대 촬영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통곡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도하여 불편함을 느끼도록 해서도 안 된다.
이번 참사보도 때 기자들 중에는 위장해서 실종자 가족 틈에 들어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황당무계 대왕오징어 습격설

믿을 수 없는 '대왕오징어 습격설'도 있었다고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10가지가 넘는 설이 등장했는데 그 중에 웃지 못할 황당무계한 설은 길이가 18미터나 되는 대왕오징어가 머리로 배의 하단을 쾅하고 쳤다는 것이다. 대왕오징어는 포항인근에 사는데 어떻게 백령도까지 올라왔겠는가. (<미디어스> 유영주, “천안함 침몰, 대왕오징어의 습격” 참조)

앞으로 침몰원인이 밝혀진다면  참사 후 2주 동안 방송 3사가 보도한 사고원인 진단 기사 139건 중 5분의 4 가량은 모두 허위보도가 된다.


김예린 언론인권센터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