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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 이야기

“‘미네르바’를 사이버 모욕죄로 처벌하시겠습니까?”

“‘미네르바’를 사이버 모욕죄로 처벌하시겠습니까?”


- 나경원 의원, 장윤석 의원, 김경한 법무부장관께
당사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반의사 불벌죄(反意思 不罰罪)를 포함한

사이버모욕죄에 관련해 공개 질의합니다. -

 
 나경원 국회의원, 장윤석 국회의원, 김경한 법무부장관님께,

 날도 추워지고 있고, 국민들 살림살이도 어려워지는 시점에 이렇게 불편한 글을 드리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사이버모욕죄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이 사이버 모욕죄가 시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시민들의 심각한 우려와 염려를 대신해서 이와 관련한 질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공무에 바쁘시더라도 성실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다른 분들이 아니고 세 분께 질의를 드리게 된 것은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대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장윤석 의원님과 모욕죄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나경원 의원님, 그리고 지난 7월에 사이버 모욕죄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하셨고, 사이버 모욕죄를 집행할 실질적 책임이 있으신 김경한 법무부장관님께서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당한 개인의 인격권을 지키기 위한 언론피해 구조활동을 계속해 온 단체입니다. 저희는 개인의 명예와 프라이버시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시민의 권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최근 악성 댓글을 비롯한 사이버 상의 인격권 침해 문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희는 “시민은 누구나 현실에서든 사이버에서든 자신의 인격이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퍼뜨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시민의 커뮤니케이션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양 측면이 균형있게 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여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관련 입법은 이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깨뜨리고, 시민의 커뮤니케이션권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지금의 법률은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 피해당사자가 처벌을 요청할 때 기소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는 피해당사자의 요청 없이도 검찰이 판단해 기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짧은 지혜로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경우에 피해당사자가 처벌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사이버 상의 모욕과 명예훼손에 의한 범죄라고 검찰이 기소할 수 있을까요? 모욕과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것이 원래 명확히 정의하기 힘든 것이라 여러 정황을 잘 파악한 후에 법원이 판단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재판에서 다투어야 할 사항입니다. 검찰이 기소를 하겠다고 할 때는 일선 검사와 경찰이 명확하고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는 묻고 싶습니다.

만약 지금 사이버 모욕죄가 입법되어 있는 상태라면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모욕한 행위에 대해 검찰은 기소할 것입니까? 만약 ‘미네르바’를 기소한다면 미네르바에 동조하며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비방해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런 미네르바를 ‘사기꾼’이라고 모욕한 이들은 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최근 미네르바를 사이비교주라고 평가한 삼성증권의 모 인사를 ‘엉터리 애널리스트’라고 ‘모욕’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이버모욕죄에 의하면 처벌 받을 수 있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정도는 좀 약해서 처벌까지는 힘들지 않겠냐고 하신다면 탤런트 문근영에 대한 지만원씨의 언어폭력은 어떻습니까? 한 신문이 “정부는 하루 빨리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 더 이상 선의의 피해를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지만원씨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는데, 그렇다면 지만원씨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모욕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착한 일을 모욕하면 사이버모욕죄가 되고, 나쁜 일을 비난하면 용서가 되는 것입니까? 착한 일과 나쁜 일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요?

블로그에 맛집 소개를 올리는 한 친구가 물어왔습니다. 만약 자기가 한 음식점에 대해 서비스도 엉망이고, 맛도 형편없다고 했다면 이것이 사이버 모욕죄에 해당하는 것이냐고요. 물론 그렇지 않겠죠. 그런데 만약 경쟁 식당에서 거짓으로 이런 글을 올려 퍼뜨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명예훼손의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검찰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식당업계에서 고객에 의한 악플에 대해 검찰의 대대적 단속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모욕과 비판의 경계는 시민들의 합의와 공감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닙니까? 검찰이 무슨 기준으로 피해자의 고발 없이도 사이버 상의 모욕과 명예훼손을 판단하고 구분할 수 있습니까? 정치적 기준, 자의적 잣대 말고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습니까?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가로막고, 힘있는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 말고 어떤 기준과 잣대가 있을 수 있습니까?

나의원님, 장의원님, 김장관님, 도대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사이버모욕죄는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시민이 자신의 양심과 헌법에 비추어 자유롭고 책임있는 의사표현을 하더라도, 언제라도 모욕과 명예훼손의 잣대를 들이대 처벌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검찰에 부여한 것 아닙니까?

사이버 상에서 선량한 시민의 명예를 지키는 일에 그토록 열정적이시라니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모욕한 ‘미네르바’를 처벌하시겠습니까?

근영씨의 선행을 악의적으로 모욕한 지만원씨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모욕한 네티즌을 처벌하시겠습니까?

만약 이 질문에 지금 대답할 수 없으시다면 법률이 통과된 다음에는 대답하실 수 있는 것입니까? 법률이 통과된 다음에 누군가 검찰에 ‘왜 미네르바를 사이버 모욕죄로 처벌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때에는 대답할 수 있으신가요?

혹시 그 질문을 왜 검찰이 받아야 하고, 대답해야 하는지 황당해 하고 있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언론인권센터 www.presswatch.or.kr
미지별(1인미디어 특별위원회)  http://press119.or.kr/

아고라 네티즌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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