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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 이야기

시민권이 보장되는 사이버세상

“시민권이 보장되는 사이버세상”


윤여진
|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언론인권센터에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뉴미디어시대의 언론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3년째 진행된 교육에서는 ‘새로운 매체환경에서 언론인권은 어떻게 보호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다양한 내용의 강의가 진행된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피해실상이 개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알게 되면서 인터넷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물론 ‘착한 미디어’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유를 위한 책임의 조건

최근 인터넷에서의 1인미디어(블로거)들의 활약은 주류미디어를 긴장시키고 있다. 집단화된 ‘다윗’의 네트워크 지성이 어떻게 현실에서 ‘골리앗’에 맞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평판’이고, 이들이 주도하는 것이 ‘넷심’이다.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은 이제 소비자 개인이 아니라 돌팔매로 무장한 ‘다윗’ 군단과 맞서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신속하게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조직화할 수 있는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힘의 바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터넷은 능동적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장려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허위와 비방으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기 쉽다는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에게 인터넷은 정보 습득 도구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파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미디어)의 일방적 보도로 인한 개인이나 집단의 언론피해를 구제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잘못된 보도로 인해 개인이 받는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심각하다. 미디어에서 개인이 받는 명예훼손, 프라이버시권 침해 등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전파 속도가 빠르고 이로 인해 사회적 낙인이 이미 주홍글씨처럼 찍히기 때문에 회복이 쉽지 않다.

이러한 언론인권의 문제가 기존의 방송과 신문과 같은 주류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블로그, 카페 게시판, 댓글과 같은 인터넷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인격권 침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터넷이 미디어로서의 자신의 책임을 다하게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사이버상에서의 시민권

최근 정치권에서 그동안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사이버상에서의 인격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공간 상의 인격권 침해에 대해 소극적 모습을 보여 왔던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능동적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자체모니터링의 의무화 등 서비스제공자가 자체감시기능을 지나치게 적용할 경우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 인터넷의 순기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와 책임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되면 반드시 역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규제를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이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상의 규제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와 이용자의 권리를 지키고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을 불법과 악성 댓글이 양산되는 ‘오염된 바다’로 보고 이것을 정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규제를 만든다면, 이 규제가 ‘자유와 창조의 바다’를 오염시키는 또 다른 오염원이 될 우려가 있다.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되는 일이다.

 

인터넷에서의 자유와 책임의 균형

이제 인터넷은 미디어로서의 권한을 얻어가고 있다. 인터넷은 기존 언론이 만들어낸 뉴스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뛰어 넘어 인터넷 이용자 스스로가 주장과 정보를 전파하는 ‘기자’이자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블로그는 새로운 ‘개인 언론 기관’에 걸맞는 법적 제도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공권력이 부당하게 블로그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정보통신사업자가 자의적으로 블로그를 폐쇄하거나 (임시) 삭제하게 해서는 안된다.

또한 블로그는 단순히 개인의 낙서장이 아니기 때문에 공중에게 전파되는 ‘미디어’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허위 사실에 근거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은 보장되어야 할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인터넷에서의 인격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를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유와 책임의 균형에 대해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생각해볼 시점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