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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인권 교육

[2015 언론인권8강 수강후기]제1강_진짜 뉴스를 만드는 일 그리고 알권리




                                     


    

ㅣ 수강후기 ㅣ





불편한 현실을 목도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송희권 ㅣ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3학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질병에 걸린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보통 암 말기 판정을 받아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은 부정(Denial), 분노(A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수용(Acceptance)의 감정적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스로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곧 그 사실에 분노하게 되고, 일정 정도 타협을 한 후에는 우울함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거친 뒤에는 곧 스스로의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우면서도 비참한 현실을 목도하다보면 마치 거대한 장벽을 눈앞에 둔 것처럼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더 외면하고자 했다. 언론 문제가 대표적이다. 언론을 학술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끼고 있던 주류 언론들의 비정상적인 보도 행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지 않았다. 불편한 현실이기만 했으니까.


그러던 중 한 강의에서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불편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 때 처음 직감했던 것 같다. 암을 고치려면 일단 암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토론학회를 하면서, 각종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언론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년부터 올해까지 내가 거쳐 온 감정적 단계 역시 암 환자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수님의 일갈을 듣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문제들도 부정하고자 했고, 처음 공부하면서 엄청난 분노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의 언론이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가르쳐주는 수많은 지표들, 직접적인 증거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타협했고, 한 편으로는 끝없는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다.


어쩌면 ‘수용’ 단계에 이를 수도 있었다. 미약한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그저 수용하고 넘어가자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고 있을 때 언론인권 강의를 접하게 되었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청강한 1강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도 이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나도 언젠가는 그러한 대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이 아닌 ‘의지’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도 밖에는 언론의 제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치열하게 불편한 현실을 목도해야겠다. 그것만이 아직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