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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인권 교육

[2016 언론인권8강 수강후기] 제3강 뉴미디어 시대의 정보유통

 ㅣ 수강후기 ㅣ





"뉴미디어 시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김한솔 ㅣ 한국외대 브라질학과, 언론정보학과 4학년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이라도 잡고 묻는 것이 옳다. 또 종이지만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많이 알면 그에게 배워야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명언은, 매순간 스미는 호기심을 주저하고 억누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평생 배움에 힘쓰며 살라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마인드를 잊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이 말을 곰곰이 톺아보면, 그가 활동했던 30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세상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주하는 사람들과 종이 매체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연결된 모든 사회네트워크와 인터넷 공론장에서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을 잡고 묻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그만이고, 나보다 하나라도 더 아는 것을 찾아 배우기에는 정보가 넘쳐 자칫하면 과부하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2014년도 브라질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계속되는 불황으로 브라질 곳곳에서 월드컵 반대시위가 열려 제가 다니던 상파울로 주립대도 3개월간 모든 학사 일정이 정지되었습니다. 학교 소식을 듣기 위해 매일 TV 뉴스를 보았지만 관련 소식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고, 브라질 사람들은 Facebook 같은 SNS을 통해 특종을 접했습니다. 제 아무리 언론 자유가 낮은 국가라도, SNS가 뉴스채널로서 공신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는 고개를 내젓는 것이 보통의 반응일 것입니다. 하지만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미디어보다 SNS를 신뢰하는 그들을 두 눈으로 목도하면서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뉴미디어 시대의 정보 유통>을 주제로 한 정혜승 카카오 이사님의 강연은,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강연이었습니다.


1900년대에 라디오와 TV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종이로 대표되는 전통 매체의 종말을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종이 매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미디어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이제 사람들은 인쇄매체는 물론이거니와 라디오와 TV의 종말까지 예언하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국에는 인쇄매체도, 라디오도, TV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진짜 걱정은 기존의 미디어들이 사라지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뉴스 생태계는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도 더 극적인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영국 가디언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했던 에밀리 벨은, 기술적인 변화로 가상현실, 실시간 동영상, 인공지능 뉴스봇, 인스턴트 문자전송, 채팅앱 같은 것에서 엄청난 도약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작금의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까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적을 알아야 나를 안다. 전통 미디어 종사자, 그리고 그에 익숙한 세대로서는 그동안 우리가 ‘저널리즘’ 혹은 ‘미디어’라고 불렀던 것들에 대한 정의 자체를 완전히 재해석하고 있는 뉴미디어의 의미와 영향, 그리고 그것이 이 사회의 어느 위치쯤에 있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기성 언론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욕타임즈는 100페이지 분량(번역본 p.222)의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를 발간하였는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저널리즘을 구현해온 뉴욕타임즈가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자들에게 한없이 뒤처져 있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뉴욕타임즈가 칭하는 경쟁자(competitor)에 Buzzfeed, Facebook과 같은 신생 미디어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뉴스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기 보다는, 뉴스 사업을 수익을 낼 만한 여러 사업들 중 하나로 여긴다는 것에 귀추를 주목해야 합니다.


나아가 포털과 SNS로 대표되는 정보 유통 플랫폼이 뉴스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의제 설정 기능을 감안하여 사회적 책무만 떠안기려 하기 보다는 그와 동일한 양의 표현의 자유를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이 사회적 목탁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구가하는 것처럼, 정보 유통 플랫폼에 일방적 규제의 띠를 휘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포털과 SNS가 뉴스 유통의 통제권을 거머쥐고 있는 상황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곤 했는데, 뉴스 유통 분야 종사자의 입장과 고충을 들은 덕분에 시선의 균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혜승 이사님은 기성 언론이 당도한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라는 일원론적 설명에 그치는 대신, 그들의 ‘경쟁자’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아 기성 언론들의 파이를 가져가고 있는지 치밀하게 통찰합니다. 어지럽게 팽창과 소멸을 반복하는 미디어 세상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태도로 적과 상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최고의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정혜승 이사님의 소중한 강연을 주춧돌 삼아 앞으로 우리 저널리즘의 미래가 빛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늘 주시하고, 그 흐름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