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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에게 물어봐/미디어인권 교육

[2016 언론인권8강 수강후기] 제5강 세월호, 공감과 기억의 의무

  ㅣ 수강후기 ㅣ




고통을 함께 하는 것, 그 사람의 품격입니다. 




유선희 ㅣ 한국 행정연구 위촉 연구원



“어른으로서 미안하니까..” 심리기획자 이명수 선생님의 첫마디는 자기고백에 가까웠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만 보면 호주머니부터 찾는다는 이 선생님은 “죄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못다 핀 꽃송이들을 허무하게 보내버린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애도하는 이 선생님만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날’에서 멈춰버린 시계추를 애써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는 노력인 것 같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선생님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시계가 ‘그날’로 멈춰버린 이유가 “인간이 저항하기 어려운 어떤 재앙에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픈 만큼 성숙하기는커녕 더욱 파괴되는 것” 즉,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법은 명쾌하다. 가해자가 누군지 철저하게 ‘진상규명’하는 일이다. 치유의 근원이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외부로부터 오는 고통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한다. 별이 된 꽃송이들을 만질 수 없다는 잔인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그러한 이유로 아무리 잘해도 심리치료의 목표를 “0점”으로 두고 있다는 정 선생님의 이야기는 마이너스 삶에서 생존마저 위협 받고 있는 유가족들이 느끼는 아픔의 깊이를 실감케 했다.


심리치료를 해도 나아지기 힘든 상황에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주소가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죽은 아이라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슬픈 부탁을 하면서도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실종자 가족들. 국가에 참사 책임을 집요하게 물을수록 되레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리는 유가족들. 이 지점들이 정말이지 가슴 찢어지게 슬프다.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언론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정 선생님은 치유의 첫 단계로 언론의 역할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것을 ‘관심’이라고 해석했다. 안일한 보도, 무신경한 보도가 세월호 참사를 악화시킨 주범 아닌가. 결국 그 결과는 사회갈등과 분열로 나타났다. 언론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관심이 곧 진실’이다. 진실보도는 멀리 있지 않다.


대학교 때 역사 강의를 한참 하던 교수님은 “이런 세대를 물려줘서 미안하다”고 말했었다. 나는 결심했다. 적어도 나는 후대에 저 말은 하지 말아야지. 갑자기 두려워졌다. 머지않아 저 말을 뱉어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될까봐. 20대 청춘을 살아가는 내가, 사회에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내가 요즘 들어 부쩍 그런 걱정이 들더라는 것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고통 받고 있는 주변사람들을 돌아본다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위안삼아 본다.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한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