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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공영방송은 진화해야 한다


[언론인권센터 사람들] 김진웅 정책위원장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KBS사태에 대한 단상_ 공영방송은 진화해야 한다

                                                        김진웅 정책위원장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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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나라에 공영방송이 도입된 것이 1980년이니 거의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공영방송의 도입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영방송과는 거리가 먼 의도로 도입되었다. 전두환 군부정권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언론정화 차원에서 공영방송의 명칭만 사용하여 이른바 '공영화'를 단행한 것이다.
따라서 외형상의 공영방송과는 달리, 과거 국영방송에 준하는 정부의 통제가 그대로 방송에 작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었다. 또 민영 상업방송에 준하는 운영시스템도 그대로 유지되어 광고방송이 실시되고 채널간 시청률 경쟁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따라서 초기 공영방송의 실상은 '국영적 상업방송'이라는 최악의 모습을 노정시켰었다. 이처럼 공영방송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하면 국영이나 민영보다도 못한 최악의 방송제도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정권의 사욕은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는 법이다. 애초 국민을 속이고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도입한 공영방송제도가 이후부터 점증적으로 비민주적 정권의 비판자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시청료거부운동, 6월항쟁, 방송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의 도구가 아닌 본연의 공영방송의 역할, 즉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경과하게 된다.


공영방송의 주체는 국민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공영방송이 좌파적 경향을 띤다는 비판을 듣게 되었으니, 이는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에까지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물론 공영방송이 과거 정부에서 코드를 맞추어 정권에 봉사했다는 비난이 제기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올 여름 여의도 방송가는 폭염 속에서도 서슬 퍼런 찬 기운이 여름 내내 엄습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감사원, 검찰, KBS이사회, 대통령 등 평소 국민 개개인과 민주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기구(또는 공적 기구)들이 대거 동원되어 공영방송 KBS 사장을 몰아내는 일련의 '작전'이 벌어진 것이다. 언듯 지난 30여 년간 쌓은 공영방송의 공든 탑이 일순간에 허물어지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KBS사태를 보면 마치 성숙한 민주사회에서의 쿠데타와 같은 시대착오성을 읽게 된다. 여기에 카멜레온처럼 변신하여 길 앞잡이 노릇을 하는 몇몇 지성인들의 행동을 보는 것은 더욱 고역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어두운 밤은 밝음에 대한 갈망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역사의 법칙임을 안다. KBS 사장의 해임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방송이라는 공영방송의 이상에 부합되는 것인가의 여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역사가 지속적으로 진화하듯이, 공영방송도 이상적 상(像)을 향해 진화를 거듭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주도할 공영방송의 주체로서 국민의 의식수준도 매우 높다는 사실을 현 정권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