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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야만의 시대, 눈 먼 자들의 나라


  한도시 전체에 갑자기 눈이 머는 현사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간다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라마구의 책 '눈 먼자들의 도시'가 풀어내는 상상력의 시발점이다.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눈 먼 사람들이 다수가 되면서부터는 소유에 대한 집착, 위계의 재편, 순응하는 자세가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눈을 뜨고 있던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던 사회와 다를바 없이 눈이 먼 사람들이 다수가 되어 그 힘으로 새 질서를 만든다.


  2007년 대선에서는 천 만 표가 넘는 득표수를 기록하며 대통령에 오른 사람이 있다. 2008년 총선에서는 국회 의석의 3분의 2가 그 대통령과 노선을 같이 하는 정당에게 모아졌다. 구조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없었던 군사 독재 시절이나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도 보기 힘든 쏠림 현상이었다.

  지난 10년을 눈 딱 감고 버텼다던 그들은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과 다수를 점한 정치 세력이 되어 새로운 질서를 이식하고 있따.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당위는 설자리가 없어졌다. 다수를 점한 세력은 "가진 게 죄냐?" 하고 항변 하던 끝에 "부럽다면 너희도 많이 가져라"하고 논리를 바꾸었다.

  그들은 많이 차지하기 위한 욕망을 강조한다. 전인적인 교육보다는 무한 경쟁의 효율성을 높이 산다. 이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규제 해체와 개방만이 무한 경쟁의 기반이 된다. 눈 뜬 사람들은 처지가 불안해졌다.

  아기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강조하며 유모차를 끌고 나왔던 엄마들은 수사의 대상이 되었고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이들을 조금이나마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자 했던 선생님들은 교문 밖으로 쫓겨났다.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경쟁의 굴레에서 벗아나게 해주고자 했던 선생님들은 교문 밖으로 쫓겨났다. 여론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부르짖던 피디와 기자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놓아야했다. 88만원도 못 받는 젊은이들은 무능한 자로 낙인 찍혀 좌절했다.
  
  눈 뜬 자들은 처량하고 슬픈 오늘이다. 역사는 지금의 시공간을 가리켜 야만의 시대, 눈 먼 자들의 나라로 이름 붙일지 모를 일이다.


  수상 작품의 구성과 대본을 맡아 고생만 하다 밥 한 끼 밖에 못 얻어먹고 애 낳으러 가신 고희갑 작가, 취재와 섭외를 도와준 김주희,이선영 리서처, 그리고 일군의 조연출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 상의 공동수상자로서 항상 합리적인 시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임하시다가 이제는 시민사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자리로 옮겨간 이근행 피디님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