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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청보식품, 기억나십니까?"

박정삼 이사 (전 경향신문미디어 대표이사)

  5공 시절 청보핀토스란 프로야구단과 함께 라면과 청바지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루머에 의해 2,3년 만에 사라진 ‘청보식품’이란 회사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기업인 주식회사 풍한방직의 자회사로 설립된 청보(靑寶)식품은 한자(푸를靑,보배寶)상호 탓인지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경쟁업체영업사원들로부터 “청와대 보물”이라는 음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은 확대재생산 되어 마침내는 퍼스트레이디 소유회사로 발전했습니다.

루머로 부도난 청보식품

  자유언론은 질식된 채 ‘땡전뉴스’와 함께 언론보도지침의 성실한 순종자였던 5공 치하 모든 신문, 방송은 어찌된 셈인지 청보식품 관련 시중 루머만은 성실히 보도했습니다. 사실여부를 취재 보도해야할 언론의 본분은 기피하고 시중 루머라는 출처는 성실히 밝히면서…….
제도언론과 시중루머는 서로 상승작용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오류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했습니다. 모든 국민은 청보식품을 청와대 소유로 확신했습니다.

  청보식품은 회사출범과 동시에 톡톡한 유명세를 치뤘고, 제품의 시장성과 상관없이 이순자 여사에 대한 국민적 증오감만큼 매출은 급감했고, 마침내 부도로 종말을 고했습니다.
결국 청보라면과 핀토스청바지는 시장에서 사라졌고, 청보핀토스 야구단은 태평양돌핀스로 유니폼을 바꿨습니다. 1000여명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5.18광주항쟁과 함께 언론계에서 퇴출당한 필자는 당시 청보식품의 홍보선전 책임자이자 야구단단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시중의 조작된 루머와 제도언론권의 ‘개구리 돌팔매질’을 상대로 매일매일 전쟁을 치루면서 개인적 무능과 제도적 한계성을 절감하고 한탄했습니다. 그만큼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보장되는 민주화세상을 그리워했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 철면피 언론

87년 6월항쟁 결과물로 민주화와 자유언론이 우리사회에 만개했습니다. 그러나 무책임한 언론의 ‘개구리 돌팔매질’은 제도언론시대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심하다고 할 정도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필자는 참여정부 시절, 공기업으로서 외국인전용카지노시설 업체인 주식회사 그랜드 코리어 레저를 설립해서 2년 여간 운영해왔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일부 언론은 카지노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에 덧칠하여 온갖 경영비리에 대한 상상적 보도를 쏟아냈고, 곧이어 검찰 특수부(?)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공개가택수색과 계좌추적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수사착수 보도가 나온 지 1년이 다된 현재, ‘온갖 상상적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졌으나, 일부 언론은 “아니면 말고”하고 딱 잡아떼고 있습니다.  이런 ‘철면피 언론’을 체험하면서 필자는 ‘이 나이에 다시 더 싸워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