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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언론피해구조본부 [3] ‘언피’ 본부 만화경'

‘언피’ 본부 만화경

송여진언론인권센터 간사

‘인상파’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변호사님은 의뢰인과 면담약속이 있어 변호사사무실로 돌아가 봐야한다고 했지만, 상담 받으러 온 분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어주느라 언론인권센터에서 한 시간 넘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언론인권센터로 출근한 첫 날, 언론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인 한명옥 변호사님을 그렇게 처음 뵈었다. 언론인권센터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한 사람의 상처 받은 마음까지도 깊이 헤아리는 곳이라는 것을 변호사님의 모습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소송구조를 받은 의뢰인이 드디어 피고 측과 손해배상금을 합의하게 되었다며 감사 전화를 해왔다. 변호사님에게 이 감사 말을 전했더니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뭘 그러십니까. 하하” 하고 가볍게 넘기셨다. 그러나 변호사님의 그 짧으면서 소탈한 말씀은 언론인권센터가 어떤 단체여야 하는지를 내게 일깨워주었다. “와우!” 첫 출근 전후 뵌 한명옥 변호사님의 그런 모습은 나에게 언론인권센터의 첫 모습으로 새겨졌고, 그래서 내게 한명옥 변호사님은 ‘인상파’이다.


‘족집게’

강한 인상으로라면 둘째로 뽑기에 아까운 변호사님이 있다. 김학웅 언론피해구조본부장님이다. 본부장님에게 사건을 의뢰한 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변호사님은 제 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세요.” 부드러운 눈빛과 표정 뒤에 있는 변호사님의 예리한 시각과 때때로 뿜어져 나와 의뢰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욕설’ 때문에 의뢰인들은 아마 그런 말을 하는 것이리라. 변호사님의 그 거침없는 말솜씨와 의뢰인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강한 욕설을 처음 대했을 때, 나는 짐짓 태연한 척 했으나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변호사님의 열정과 에너지에 경탄하면서 변호사님의 말솜씨에 완전히 ‘중독’되었다. 날카로운 말, 시원한 욕설 속에서 이제 변호사님의 열정을 먼저 읽기 때문이다. 변호사님은 언론인권센터 사무처 식구들에게도 열정이 따뜻하게 누그러진 관심을 곧잘 표시하신다. 간사들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읽으면, 먹고 싶은 건 없냐고 묻는다. 우리는 슬그머니 대답한다. “치킨에, 생맥주에, 떡볶이요.” 의뢰인들의 아픈 마음을 콕콕 집어내, 대신 소리 내어 말해주는 김학웅 본부장님은 그러니 ‘족집게’이다.



□ 아들 규태와 노는 김종천 변호사.

‘규태 아빠’

언피본부의 실행위원님들을 가까이서 만나면서부터 알게 된 사실은 변호사님들이 ‘아버지’로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 같지만, 다들 얼마나 바쁘게 사시는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알고 나면 새삼 감동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분이 김종천 변호사님이다. 변호사님을 떠올리면 아들 ‘규태’의 얼굴도 쪼르르 함께 떠오를 정도다. 변호사님은 언론인권센터 행사에 자주 아들과 동행하신다. 숟가락 위에 놓인 반찬이 너무 커 못 먹겠다는 규태에게 먹을 수 있다고 어르고, 아이의 조립장난감 부품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보면, 서툴면서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변호사님을 보게 된다. 좋은 아, 능력 있는 변호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김종천 변호사님은 ‘욕심쟁이’다.



□ 안영도 변호사 생일파티. 송여진 간사와 함께.

‘아그들아’

언론피해구조본부에서 가장 연배가 높은 안영도 변호사님은 다른 젊은 변호사님들에게 ‘형님’이라 부르는 ‘의식’을 하도록 강권한다. 회의가 끝난 후 간혹 술자리가 마련되면 우리는 이 의식에 참가한다. 안영도 변호사님이 지명한 사람은 자신의 잔을 높이 들며 ‘아그들아’를 외쳐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큰 소리로 ‘네, 형님’ 이라고 화답하며 잔을 부딪쳐야 한다. 그리고 나선 모두들 유쾌하게 웃으며 목을 축인다. 변호사님이 꼭 이 의식을 좋아해서 강권할 리는 없다. 좌중을 편안한 기쁨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안영도 변호사님은 언론피해구조본부의 진정한 ‘큰형님’이다.


‘둥근 미소’

이오영 변호사님은 언론인권센터 감사에, 언론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을 겸직하고 계시다. 가끔 농담으로 업무감사가 얼마나 ‘무서운’ 직위인줄 아느냐, 하면서 둥근 얼굴에 호인의 미소를 짓는다. 그는 반포에서 강남역에 있는 사무실까지 걸어서 출퇴근 하는 ‘거북이 파’이다. 어쩌다 거리에서 만나면 마치 큰오빠처럼 반겨주신다. 사무처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여 맥주 한 잔으로 기분을 풀어주는 이오영 변호사님은 ‘둥근 미소’의 사나이다.


‘머릿돌’

언론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님들 중 다섯 분의 숨은 모습을 담당간사의 눈으로 그려 보았다. 한 분 한 분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못했지만, 실행위원님들은 언론인권센터의 ‘머릿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언론인권센터의 일을 기꺼이 맡아 해주시니 이 분들은 센터의 진짜 초석이다. 이렇게 멋진 분들이 애쓰는 언론피해구조본부가 앞으로도 피해구제 소송은 물론,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 사업까지 더 눈부시게 활약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