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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별의 친구들

폐인집합소가 되어가고 있는 아고라의 아쉬움


폐인집합소가 되어가고 있는 아고라의 아쉬움



작은 인장 | 5월의 작은 선인장 운영자

간단하게 글을 쓰고자 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야 한다.
집단은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보다 쉽게 잘못된 점을 찾아낼 수 있지만, 반면 집단주의 때문에 소수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면 개인이 잘못을 못 찾아내는 것보다 더 황당한 잘못들을 놓쳐버리기 쉽다.

지금 아고라를 살펴보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다.
아고라에 반대의견의 글이 올라가면 무조건 댓글 공격이 들어오고, 쉼없이 글의 의도에 상반되는 찬성 혹은 반대표가 주어진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

한 웹사이트 DCinside를 떠올려본다. 이 곳은 "폐인 양성소"라는 별명을 갖는 사이트다. 폐인이 아닌 정상인(?)들은 이 웹사이트에 갔다가 바로 되돌아나올 정도로 폐쇄성이 강한 곳이다. 그 폐쇄성이 어느정도인지 여성회원은 가슴인증을 통해서 자신이 여성임을 증명할 정도의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 곳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외부 웹사이트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활동하는 것을 보면 DCinside에서 물 좀 먹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다.)

지금 아고라가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최근 아고라를 찾아갔다가 한 때 다수의 DC폐인들이 아고라로 넘어온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 봤다. (참고로 난 원래 아고라를 즐겨 사용하지는 않았었다.)
촛불의 힘이 처음 발생했을 때 중심에 있었던 아고라는 어느새 중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있고, 아고라는 키보드 워리어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새로운 소식이 들어갈 틈조차 없다. 내가 보기엔 아고라가 폐인 집합소가 되는데는 한두달 정도밖에 안 걸릴 것 같다. 일반적인 유저들은 이미 상당수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의 PV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DCinside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폐인집합소가 된 것 같다.

DCinside도 처음에는 아고라만큼이나 정상적인 사이트였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규모가 작을 때 폐인들이 양성된 곳이긴 했지만, 내가 처음 우연히 방문했을 때만 해도 그리 폐인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폐인들의 공간으로 변한 다음 DCinside는 어떻게 됐는가?
"이슈는 많이 발생하지만, 게네들은 게네들끼리만 놀아.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고 관둬!"
딱 이런 정도의 대접을 받는 것이 DCinside이고, 이건 DCinside나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아고라도 점차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최근에 아고라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오직 한 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아고라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점차 아고리언들의 활동에 무신경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스스로 폐인이 되어가면서 스스로 끝장을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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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7월 30일에 있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까지는 아고라에서 어떤 다른 이슈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니 7월 30일 선거가 끝난 뒤에 아고리언들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해 보길 바랄 뿐이다. 거기서 제대로 된 토의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 만약 그게 제대로 결론나서 아고라가 정상적인 사이트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다음은 아고라를 죽여야 할 것이다. 수년간 (그나마) 건전하게 이어지던 토론문화는 촛불의 광풍 뒤에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왜 토론문화가 사라지게 됐는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면.... 정말정말 다행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그렇게 되길 빈다. 별로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서 염려스럽지만...



5월의 작은 선인장
따뜻한 5월의 햇살 속에 한가로이 잠든 작디작은 선인장처럼...
내일을 향한 꽃봉오리 몇 개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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